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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tion!

 

  이 이야기는 신극을 바이오센트리즘의 관점에서 섬세하게 풀어주신 아미노님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ㅠㅠ) 멋진 상상을 도와주신 해당 포스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http://aminotvxq.postype.com/post/204649

 

  - 하나의 차원은 하나의 초생명체의 관찰과 인식으로 창조되며, 피조물은 창조주의 파장에 맞춰 집합의식을 이룬다.

-   초생명체는 육체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그가 가진 파장이 소멸되지 않는 한 영생한다.

  - 신극의 아템은 명계의 지배자(법칙)로 군림하는 초생명체이며, 카이바는 스스로 인간을 초월해 그에 준하는 존재가 되었다.

 

  위와 같은 동인설정을 가정하고 있으며, 타 작품을 오마주한 장면이 있습니다.

:: Another Episode

 

 

초월자 아템의 세계에, 차원의 경계를 넘어선 침입자가 나타났다.

 

아템은 이런 침입을 예전에도 겪어본 적 있다. 먼 옛날, 고대 이집트에서 물질세계를 통치하고 있었던 때의 일이다. 오직 파라오와 그의 신관들만이 허락되었던 왕궁 중심부에 도적왕 바쿠라가 마물을 두르고 흙발로 입성했었던 사건. 그때 아템은 바쿠라의 행위를 반역으로 간주하고 신의 권력으로 퇴출했었다. 그 후 앙심을 품은 바쿠라와 대적하면서 왕국은 존폐의 위기에 처했고, 아템은 희망의 실낱에 묶여 3천 년을 잠들게 되었다.

 

또 아템은 언젠가 유우기와 함께 학교에서 들었던 철학 수업을 떠올렸다. 영겁회귀(永劫回歸). 우주는 무한한 차원의 집합이며, 우주의 시간은 원형을 이룬 채 되풀이되고, 그와 같은 인식의 발견도 무한히 재구성된다고 했다. 그 진리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 받아들일 때 존재는 항상성(恒常性)을 자각하며 영원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옥좌에서 일어나 기꺼이 침입자를 맞이한다. 현세에서 죽은 자들이 모여 초월자 아템을 필두로 하나의 집합의식을 형성해 영생을 누리는 차원─‘명계’. 그 적막하게 고인 시간이 침입자로 인해 되풀이되기 시작함을 느끼며 아템은 미소를 지었다.

 

카이바, 네가 나의 왕궁에 과학이란 마물을 두르고 침범할 줄이야.

 

그리우리만치 익숙한 저 눈동자의 푸른 불꽃을 들여다본다. 그가 현세의 망자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템이 명계의 문턱을 스스로 넘어 초월자가 되었듯, 카이바도 자신의 힘으로 육체를 벗어나 고차원에 도달했다.

 

태초부터 그렇기로 결정된 아템으로서는, 인간의 한계를 스스로 초월한 카이바가 어떤 우주를 품고 있을지 짐작할 수 없다. 다만 하나의 차원은 하나의 초월자를 중심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아템은 이미 명계의 법칙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그곳에 별개의 명확한 자아를 가진 카이바가 나타났으니 변화의 위협을 느낀 차원이 반발해 서로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듀얼은 차원의 재구축을 건 승부가 되겠구나. 3천 년 전의 기억, 그리고 현세의 기억들이 인간의 심장을 만들어 요동치기 시작한다. 분명 카이바의 투지를 받아들일 때마다 느껴왔던 긴장감이다.

 

“──.”

 

그가 무어라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현세에 강림했던 아템이 다른 파장의 목소리를 전할 수 없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유우기와 눈을 마주쳐 육성보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처럼, 카이바의 눈을 바라본 순간 아템은 온 영혼을 찔러 오는 그의 요구를 이해했다.

 

너와 나의 존재를 걸고 최고의 듀얼을 하자.

 

다른 인사 없이 허공에 카드를 펼치는 카이바를 보며, 아템도 조용히 끓어오르는 미소와 함께 디아 디앙크를 꺼냈다.

 

 

 

 
:: I was waiting for this moment

 

 

듀얼은 ‘빛의 창조신 호르아크티’를 소환한 아템의 승리로 끝났다. 카이바가 지닌 천년 큐브의 영향으로 차원 영역 듀얼이 진행되면서, 명계 전역을 지배하는 아템의 의지가 창조신을 소환해 냈기 때문이었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었지만 수많은 우주 중 어느 한 차원의 존속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오시리스의 천공룡, 오벨리스크의 거신병, 라의 익신룡을 한 필드에 모아야만 가능한 호르아크티의 소환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세에서 신을 소환한 후 듀얼 디스크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었던 카이바의 전략이 오히려 큰 돌파구가 되었다. 카이바가 먼저 소환한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을 격파한 후(이때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했다) 그의 무덤에 잠든 신을 빼앗아 삼환신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이바는 ‘기억의 세계’라 불리는 고대 이집트로의 시간 여행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3천 년 전에 강림했던 창조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만약 그때 아템이 카이바를 데려갔더라면 이 듀얼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속 빈 퍼즐을 마주했던 때만큼 충격적인 표정으로 패배에 잠긴 카이바를 놔둔 채, 아템은 태양처럼 붉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 또한 인과의 반복이다. 명계의 문턱에서 유우기와 대치했던 마지막 듀얼. 그때 아템은 봉인의 황금궤에서 ‘죽은 자의 소생’이 떠오르는 순간까지도 내심 자신이 승리하기를 바랐었다. 세계의 진실을 외면한, 그저 한 개체로서의 달콤한 행복… 그 욕망을 아직 포기하지 못한 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꿰입고 있느라 오늘 카이바의 침범을 허락하고 만 것일까. 만약 그가 오벨리스크를 소환한 시점에서 그대로 나를 이겨주었더라면.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템은 질서를 외면할 수 없다. 그는 앞으로도 그의 왕궁을 수호하는 역사를 되풀이하며 더욱 완전한 존재로 거듭해 나갈 것이다. 최초에 거머쥐고 있던 노력, 투지, 우정, 사랑, 질투와 욕망, 그 모든 감정의 경계는 점차 희박해져 가고….

 

“!”

 

생각을 마친 아템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놀랍게도 카이바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으나 고개를 힘껏 들어 올린 채였다. 흩어진 갈색 머리칼 사이로 푸른 눈동자가 처음보다 더욱 아름답게 타오른다. 그의 앙다문 입꼬리가 의미심장한 호를 그리고 있었다. 두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심장이 또다시 박동하기 시작한다.

 

카이바, 너는 대체….

 

패배한 모습조차 그다지도 당당하단 말인가. 흔들림 없이 뻗어진 손은 마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았다. 탄식할 수밖에 없는 강인함이다.

 

하지만 명계는 카이바라는 새로운 의식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았고, 이제 차원의 룰에 따라 패배자의 순응 또는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순응이란 아템의 파장에 동조해 명계의 주민이 되는 것, 퇴출이란 다른 차원으로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카이바가 전자를 선택할 리 만무하므로 이제 떠나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을 터.

 

그는 현세로 돌아갈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가. 아템조차도 강렬한 염원의 파장(예를 들어, 사랑하는 파트너가 생명을 다해 부르짖는 정도의 파장)으로 이루어진 틈새가 열리지 않으면 마음대로 차원을 넘나들 수 없다. 아무리 명계의 지배자인들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면 안전을 보장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카이바가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태양 아래 밀랍 날개를 잃고 추락한 이카로스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

 

무수한 차원을 딛고 나에게로 와 주어서 고마워. 전해지지 않는 목소리에 작별을 담아, 아템은 더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으로 카이바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맞닿은 살갗 너머로 이 관념의 세계에 존재할 리 없는 뜨거운 체온을 느꼈고,

 

“──!!!”

 

그는 지금까지 떠올렸던 인간의 기억과 감정들이 모조리 빠져나가 분리되는 감각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 Never leave you alone

 

 

큭, 크큭… 크흐… 하… 하하…

 

한쪽 팔로 아템의 몸뚱이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 천년 큐브를 거머쥔 카이바가 황홀함에 몸서리치며 참을 수 없이 웃었다. 큐브에서는 시커먼 빛무리가 쏟아져 차원을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고, 그의 품에 안겨 의식을 잃은 아템은 기묘하게도 푸른 교복 차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경악하여 쳐다보는 명계의 파라오가 또 있었다.

 

드디어 끌어내렸다, 아템…!

 

어떻게 된 일인가. 카이바는 패배의 순간, 처음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하마터면 존재의 의지를 포기하고 소멸할 뻔했다. 명계의 파장이 부정한 것을 몰아내듯 그를 절대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창조신 호르아크티의 압도감은 아주 잠깐 초월자를 흉내 냈던 카이바의 우쭐함을 무자비하게 찍어 눌렀다. 도저히 범접할 수 없었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옥좌가 수억 광년보다 멀게 느껴졌다. 아템은 정말이지 우주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카이바의 기억 속에 머무른 인공지능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패배자는 무릎을 꿇고 얼마 지나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다. ‘뉴런즈 계획’을 선언하고 듀얼 디멘션 시스템의 모체를 처음 개발했을 때의 일이다. 생사를 초월한 의식의 상승을 경험하면서도 그는 아템의 뒷모습만 눈에 담은 채 하염없이 밀려나야만 했다. 죽음의 두려움 따위로 웅크려야만 했던 지독한 허탈감이 온 신경을 자극했다. 그때부터였다. 물과 단백질, 지방으로 구성된 감옥에서 벗어날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은.

 

초월자가 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차원을 지배하거나 법칙에 종속되고, 우주를 넘나드는 신선놀음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표를 이룰 뿐이다. 생사에 매여 있을 때부터 눈에 핏발이 서도록 다짐했었다. 네가 있는 곳이 어둠이라면, 그 어둠조차 나의 전의로 물들여 주겠다고.

 

“──.”

 

법칙을 넘어선 욕망이 천년 큐브로 스멀스멀 기어들기 시작한다. 어떤 가능성을 포착한 카이바가 차원의 압력을 뿌리치고 고개를 들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원하는 어린아이처럼 힘껏 아템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자, 아, 놓친 줄 알았던 자가 다시 돌아와 기꺼이 손을 맞잡는 것이다. 그때 카이바의 표정이 악마 같은 성취감을 드러냈다.

 

그래 네 녀석도 아직──인간의 희로애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큐브의 힘이 카이바의 의지로 아템의 빈틈을 파고든다. 그리고 카이바를 만나 생성된 인간의 심장을 날카롭게 움켜쥐었다. 놀란 아템이 눈을 부릅떴으나, 거의 대등한 자아를 가진 카이바가 전력으로 끌어당기자 일순간 저항할 힘이 부족했다. 그 부정한 접촉으로 ‘법칙’과 ‘인간’이 분리되어, 명계의 지배자인 파라오와 인간의 마음을 가진 아템이 따로 갈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제껏 명계의 파동은 ‘법칙’을 보존하기 위해 대항했던 것으로, 아템이 둘로 나뉘자 그 사나운 압력이 온데간데없이 잠잠해졌다. 때를 놓칠세라 카이바는 ‘인간’ 아템을 끌어안고 듀얼 디멘션 시스템에 귀환 좌표를 입력했다. 큐브의 시커먼 에너지를 받은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시동을 걸었다. 현세의 차원으로 무사히 돌아가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망설일 겨를이 있었다면 이곳까지 도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질서? 법칙? 알 바 없다. 내겐 이것만 있으면 돼. 명계의 패배자는 최고의 전리품을 손에 넣고 미련 없이 차원을 떠났다.

 

 

 

 

 
THE DARK SIDE OF DIMENSIONS :: 반역의 이야기
 

 

 

“형님, 무사 귀환을 축하해! 정말 대단한 업적이야. 인류의 진화를 이룰 과학이라구! 아템도 잘 다녀왔어? 피곤하겠지만 바이탈 체크부터 하고 나서 푹 쉬어.”

 

이것은 KC의 차원 승강장에 도착해 아템과 함께 발을 디뎠을 때 모쿠바가 눈물을 글썽이며 폭포수처럼 쏟아낸 환영의 말.

 

“세토 님, 지시하신 대로 아템의 주민정보를 등록해 두었습니다.”

 

이것은 KC에서 관리하는 도미노 시티 행정 데이터베이스에 아템의 지문, 홍채, DNA 정보를 등록한 이소노의 보고.

 

“보고드리겠습니다, 사장님. 두 분의 컴백을 축하하는 행사가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습니다. 무토 유우기도 흔쾌히 참석을 수락했습니다.”

 

또 이것은 듀얼 디멘션 시스템의 KC 지정 차원 영역 룰을 선보일 무대에 대한 중간보고.

 

“사장님, 오시리스에 이어 라까지 무사히 데이터화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호르아크티의 데이터를 수립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모쪼록 아템 님의 협조가 절실합니다만…”

 

이것은 ‘빛의 창조신 호르아크티’라는 궁극의 카드를 개발하고 있는 R&D 부서의 지원 요청.

 

“아템 님, 죠노우치 카츠야라는 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연결해 드릴까요?”

 

그리고 이것은, 아템의 친구들이 종종 걸어오는 시답잖은 안부 메시지.

 

카이바가 아템을 데리고 돌아온 도미노 시티는 떠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다고 생각할 만큼 완벽한 인지의 홀로그램 세계였다.

 

신형 듀얼 시스템으로 실권을 잡은 KC의 합법적 독재, 듀얼 대회와 더불어 찾아왔던 세계의 위협, 여자저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식을 기다리는 유우기들과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안즈, 천년 큐브와 플래너의 능력을 잃고 평범한 인간이 된 아이가미와 세라까지.

 

모든 것이 똑같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의 모순을 눈치챈 자가 있었으니, 바로 이 도미노 시티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카이바 자신이다.

 

본래라면 아템을 몰라야 할 세계가 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토 유우기와 아템이 따로 존재하는 세계. 아이가미가 초래했던 위기는 유우기와 아템이 함께 싸워 막아냈고, 그 후 천년 큐브를 손에 넣은 카이바가 듀얼 디멘션 시스템을 개발해 아템과 함께 시승했다는 설정이 현재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아템의 주민정보’나 ‘호르아크티’를 언급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인과에는 어긋나지만, 그것이 이 도미노 시티의 법칙인 카이바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카이바도 무엇엔가 속고 있는 줄 알았다. 어떤 함정 같은 차원에 불시착해 거짓된 기억이나 환상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하루, 이틀, 인내하며 돌파구를 찾던 카이바가 꾸준한 관찰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이곳은 카이바 세토라는 초월의식에 의해 구축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차원으로 추측된다. 아마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카이바가 천년 큐브와 아템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새로운 파장의 차원을 형성해 버린 것이다. 그 후 카이바와 아템의 집합의식으로 도미노 시티가 거의 완벽히 재현되었으나, 아템이라는 모순된 존재를 설명하느라 일부 무리한 형태를 띠게 되었을 것이다.

 

인간 아템은 명계로 넘어간 이후의 기억을 잃었다. 그뿐 아니라 이곳의 법칙에 순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원의 주인인 카이바의 의지에 따라 아템은 그의 곁에서 듀얼을 연구하고 때때로 승부를 가리기도 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다른 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며, KC의 재력을 이용해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생활이었다.

 

그러나 아템은 때때로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아무리 인간이라 해도 본래 다른 초월의식의 일부였으니 그 본질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카이바는 내심 그가 이곳 차원에 더 적응하기를 바랐으나, 집합의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템의 자아만큼은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하루는 지나치게 고민을 거듭하던 아템의 몸이 반투명하게 깜박거렸다. 그 모습을 본 카이바가 깜짝 놀라 손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자 아템이 눈을 부릅뜨고 두려운 듯이 손을 밀쳐내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명계의 옥좌에서 그를 끌어내렸던 욕망의 순간처럼 말이다.

 

“이런, 카이바. 미안하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아템.”

 

허둥지둥 수습하려는 아템을 향해 카이바가 다소 차갑게 말을 던졌다. 인공지능으로 아템을 창조하려다 실패했던 과거의 치욕, 그 바닥없는 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원형을 그리며 되풀이되는 우주의 시간. 의도치 않게 초월자가 된 카이바는 아직 몰랐으나 영겁회귀의 질서에 따라 인과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넌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군. 도미노 시티를 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건만, 그런 욕망보다 질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그건…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해. 욕망이 지나치면 파멸에 이르고 만다구.”

 

명석한 그의 두뇌가 하나의 가능성을 짐작한다.

 

“그렇군… 언젠가 넌 다시 내 적이 될지도 모르겠어.”

 

이 순간에도 명계의 법칙이 끊임없이 자신의 일부를 찾고 있다는 것.

 

“뭐, 상관없나. 이런 따분한 자리는 역시 네 녀석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으니.”

 

카이바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고선 갸웃거리는 아템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주인의 의지에 따라 반투명했던 몸뚱이가 금세 멀쩡히 되돌아온다. 언제 뿌리쳤냐는 듯 순순히 카이바에게 이끌리는 아템은 마치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 같았다. 하지만 종종 법칙을 벗어난 행동을 보일 때마다, 카이바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 Not yet

 

그럴 때마다 카이바는 진실에의 도전을 다짐하는 것이다. 그의 마지막 파장이 수많은 차원 어딘가에 한 가닥이라도 존재하는 한, 명계의 법칙조차 승복시켜 온전한 아템을 손에 넣는 순간까지 몇 번이고, 언제까지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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